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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아파트 매물, 네이버서 왜 사라졌을까

포털·공인중개사 수수료 갈등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매물이 약 일주일 새 모두 사라졌다.

총 2435가구로 은마아파트에 이어 대치동에서 두 번째로 큰 대단지지만 8일 현재 매매와 전·월세를 합쳐 매물은 ‘0’건이다. 지난달 말엔 100건 이상 올라 있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얘기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공인중개사들끼리 단합해 1월 말부터 네이버에서 미도아파트 매물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개사, 자체 앱 개발 맞불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선 대부분의 아파트가 ‘매매 0, 전세 0, 월세 0’으로 표시돼 있다. 네이버에 등록된 일산동·서구 아파트 매물(매매+전·월세)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만 건이 넘었지만 현재 280건 안팎에 그친다. 약 일주일 만에 97% 넘게 줄었다.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와 공인중개사들이 온라인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놓고 한판 승부에 들어갔다. 지난 1일부터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소속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네이버 등 대형 포털에 부동산 매물 광고를 금지하는 ‘셧다운’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다. 협회는 대신 부동산 정보를 자체 개발한 앱 ‘한방’에만 올릴 것을 독려하며 네이버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발단은 네이버가 지난해 11월 도입한 ‘우수활동 중개사’ 제도였다. 집주인의 거래 의사를 제3자가 현장 검증한 매물을 많이 올리는 중개사에게 우수 인증 마크를 달아주는 방식이다. 이들 업소 매물은 네이버 부동산 목록 상단에 노출된다. 문제는 ‘현장 확인 매물’ 등록비(광고비)가 일반 매물보다 비싸다는 점이다.

일반 매물은 건당 1700~2000원이지만, 현장 매물은 최대 1만8000원이다. 돈을 많이 쓴 곳이 우수업체가 되는 구조다. 이에 중개업소들은 “광고비 출혈경쟁을 부추긴다”며 매물 등록을 거부하는 등 반발했다. 결국 네이버가 ‘등급제’를 없애며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들의 반감은 여전하다. 시스템이 바뀌었어도 포털 등록 광고비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2일 협회 소속 전국 244개 지회장이 모여 포털에 매물 정보 제공을 중단하고, ‘한방’을 키우는 쪽으로 결의했다. ‘한방’은 협회에 가입한 중개사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강현 공인중개사협회 정보망사업부장은 “포털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2월부터 무기한 ‘셧다운’ 운동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일산에 앞서 세종시와 부산 등에서도 올해 초 시범적으로 네이버에 매물 제공을 중단했다.

매물 정보 관련 새 규약 만들어야
  
네이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수활동 중개사’ 서비스는 허위·방치 매물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포털에서 매물을 보고 중개업소를 찾아가면 "물건이 없다”며 다른 집을 보여주는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중개업소가 내는 광고비는 대부분 부동산 정보업체와 현장 검증 업체가 가져가고, 네이버는 건당 500원만 받는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의 네이버 매물 내리기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네이버의 서울 아파트 매물은 현재 15만여 건으로, 지난달 말보다 20%가량 감소했다. 여기엔 집값 담합 문제로 입주민과 중개업소 간 갈등이 불거져 매물이 사라진 영향도 있다.

네이버와 ‘한방’에 물건을 같이 올리며 ‘눈치 보는’ 업소도 적지 않다.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많은 수요자가 네이버 정보를 보고 문의한다”며 "‘한방’으로 넘어가고 싶어도 다른 업소들이 그대로 포털에 매물을 올리면 나만 손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피해는 소비자 몫으로 돌아간다. 포털을 통한 매물 정보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시세·매물 현황 파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방’ 앱을 이용해 본 수요자 사이에선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화면 넘어가는 속도가 느리다” "허위 매물이 많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직방·다방 등 부동산 중개 앱이 잇따르는 데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도 부동산 시세 정보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경쟁 구도가 나쁘지 않다”며 “업체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닌 소비자 편익에 중점을 두고 온라인 매물광고 관련 규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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