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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땐 수억 차익…분양가 누르자 '로또 아파트' 탄생

경제력 있는 무주택자여야 분양 받아

용산 미군기지 종사자들이 거주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인주택. 미군이 떠나면서 2016년 5월 시행사인 대신F&I에 3.3㎡당 3500만원에 팔렸다. 
 
대신F&I는 입지여건이 좋아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이 자리에 국내 최고급 주거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지상 5~9층의 전용 206~273㎡ 335가구를 지을 수 있는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고 단지 이름을 도로명 주소(한남대로 91)를 딴 '나인원 한남’으로 지었다.  
 
시행사는 분양을 위해 지난해 11월 3.3㎡당 평균 6360만원의 분양가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HUG의 분양보증은 분양승인을 받는 데 필수적이다.  
 
대신F&I는 주택형 등이 비슷하고 2011년 입주해 주변에서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한남더힐 시세 수준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는 3.3㎡당 최고 8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팔렸다.     
 

▲ 과천 주공7-1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 견본주택. 이 단지는 분양가를 당초 3.3 ㎡당 3100만원을 기대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제동으로 2955만원에 결정했다.


3.3㎡당 6000만원 넘게 신청했다가 분양보증 거절
 
HUG는 2개월 만인 지난달 말 분양보증을 거절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는 이유였다. HUG는 “주변 아파트 시세를 고려해 역대 최고 분양가인 지난해 성동구 뚝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3.3㎡당 평균 4750만원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신F&I는 분양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HUG의 요구 가격과 차이가 워낙 커 고심하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HUG가 기대하는 3.3㎡당 4000만 원대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며 “강남을 능가하는 고급주택을 지으려는 계획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는 가운데 정부의 분양가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집값 상승세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는 비싼 분양가를 제한한다는 명분이다. 분양가 규제는 택지지구·신도시 같은 공공택지에선 분양가상한제로, 공공택지 이외 재건축 사업장 등 민간택지는 HUG의 ‘고분양가’ 억제로 이뤄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땅값과 건축비로 가격을 책정하는 제도다.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택지에선 HUG가 선정한 ‘고분양가 관리·우려지역’ 내 분양가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분양가 관리·우려지역 내 집 값이 많이 올라 분양가 상승 압력이 세다 보니 HUG의 규제가 강해졌다.  

지난달 분양된 경기도 과천시 주공7-1단지를 재건축하는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은 당초 기대한 3.3㎡당 평균 3100만원을 포기하고 2955만원으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앞서 2016년 5월 분양된 인근 주공7-2단지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센트럴스위트의 3.3㎡당 평균 2689만원보다 10%가 넘지 않는 범위다. HUG는 기존 분양가보다 10% 넘는 분양가를 ‘고분양가’로 본다.  

과천 3.3㎡당 3100만→2955만원 결정

분양가 규제가 강해지면서 올해 분양시장에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집값이 많이 오르고 청약경쟁이 치열한 강남권 등 인기 지역들에 분양물량이 잇따를 예정이어서다. 
 
이들 단지의 분양가는 분양가 규제 결과에 따라 주변 시세와 3.3㎡당 1000만원 넘게까지 차이 날 수 있다. 주택수요자가 가장 많이 찾는 전용 84㎡의 경우 시세보다 3억원가량 저렴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당첨과 동시에 그만큼의 웃돈(프리미엄)을 안는 셈이다.    

분양가 제한으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은 주변 시세보다 3.3㎡당 200만원가량 싸게 책정됐다. 재건축된 지 10년가량 지난 래미안에코팰리스·래미안슈르의 시세가 그 정도다. 
 
공사 중인 래미안 센트럴스위트의 분양권도 비슷하다. 지난달 전용 84㎡이 최고 3.3㎡당 3200만원이 넘는 11억5000여만원에 거래됐다.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 전용 84㎡ 분양가는 10억~11억원이었다.  
 
과천에서 다음 달 주공2단지를 비롯해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 대기 중이다.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가 3.3㎡당 4700만원대로 결정되면 3.3㎡당 평균 400만원가량 저렴하다. 지난해 1년간 거래된 한남더힐 105가구의 3.3㎡당 평균 가격이 5100여만원이었다. 
 
한남더힐 전용 244㎡이 3.3㎡당 7800만원인 78억원에 거래됐다. 대신F&I가 HUG에 신청한 나인원 한남 펜트하우스(전용 244㎡)가 70억원이었다. 분양가가 내려가면 10억원 넘게 차이 날것으로 예상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30억원 이상의 초고가 주택시장이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나인원 한남 펜트하우스, 한남더힐보다 10억원 이상 저렴

주변 시세와 분양가 격차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크게 벌어질 것 같다. 강남구 개포동 일대에서 개포주공8단지, 개포주공4단지 등이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단지가 다음 달 먼저 분양한다.  
 
이 일대의 최근 분양가는 지난해 9월 분양된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옛 개포시영) 3.3㎡당 4244만원이다.

업계는 HUG의 ‘10% 이하’를 적용하면 3.3㎡당 4500만~4600만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HUG가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대 초반으로 결정되면 앞서 분양된 단지들의 분양권 시세보다 3.3㎡당 많게는 1000만원까지 차이 난다. 지난해 말 주공2단지를 새로 짓는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가 3.3㎡당 5300여만원인 13억원에 팔렸다.  
 
다음 달 서초구 서초동에서 우성 1차 재건축 단지가 분양할 예정이다. 2015년 10월 우성 2차 재건축 단지(래미안 에스티지S)가 분양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우성 2차 분양가는 3.3㎡당 3851만원이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부터 입주 중으로 현 시세는 3.3㎡당 최고 4800만원이다. 서초구 일대 최고 분양가는 2016년 1월 잠원동 신반포자이(옛 반포한양) 3.3㎡당 4287만원이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유동적이긴 해도 앞서 분양된 단지들의 분양권 시세보다 적어도 3.3㎡당 500만원가량은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위례신도시 4년 만에 분양 재개

주변 집값은 크게 올랐어도 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공공택지의 새 아파트도 ‘로또’ 기대감이 크다.  

▲ 2014년 10월 이후 4년만에 새 아파트 분양이 재개되는 위례신도시. 3.3㎡당 2000만원에 못 미치는 가격에 분양돼 지금은 2500만원이 넘는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강남권 신도시인 위례신도시 송파구 지역에서 4년 만에 분양이 재개된다. 호반건설 등이 하반기부터 전용 85㎡ 초과의 중대형을 분양할 계획이다. 
 
앞선 분양가가 최고 3.3㎡당 1800만원대로 2000만원을 넘지 않았다. 현재 위례신도시 시세는 3.3㎡당 2800만원 선이다. 2014년 10월 6억~7억원에 분양된 중앙푸르지오 전용 84㎡가 지난해 입주한 이후 지금은 10억원까지 올랐다.  
 
하반기 나오는 단지들의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을 넘기더라도 전용 101㎡ 기준으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3억원가량 싸다.  
 
과천공공택지도 분양물량을 내놓는다.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개발하는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다. 분양가는 재건축 단지보다도 저렴한 3.3㎡당 2500만원 정도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도 새 아파트가 나온다. 옛 한국가스공사 자리에서다. 지난해 이후 분당 집값이 급등해 현재 3.3㎡당 2100만원 선이다. 상한제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상당히 저렴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주택자는 청약 문턱 높아 '그림의 떡'
 
이들 아파트 주인은 따로 있다. 경제력을 갖춘 무주택자다. 서울과 과천, 분당이 투기과열지구여서 전용 85㎡ 이하는 전량 청약가점제로 당첨자를 뽑는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무주택기간 등으로 점수를 매긴다. 85㎡ 초과는 50%를 가점제로 뽑고 나머지는 추첨 방식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가점제가 확대된 지난해 9월 20일 이후 서울에서 무주택자 당첨자가 전용 85㎡ 이하의 경우 99.9%, 85㎡ 초과에선 60.2%를 차지했다. 유주택자는 중대형을 두드려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은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지 못한다. 분양가의 60% 정도인 중도금을 자기 돈으로 마련해야 한다. 지난달 말부터 신DTI(총부채상환비율) 시행으로 부채가 많으면 잔금 대출받기도 힘들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기 때문에 중간에 팔 수 없다. 분양가 총액에 대한 자금 마련 계획 없이 분양받으면 안 된다.   
 
정연식 내외주건 부사장은 “집값이 뛰는데 분양가는 게걸음이어서 강북 등에서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만한 단지가 올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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